[사설] 공직자 무능·직무유기 전형 보여준 선관위원장

입력 2022-03-07 17:19   수정 2022-03-08 07:39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부실 관리와 관련해 긴급 대책회의를 어제 주재했다. 그는 출근길에 몰려든 취재진이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나 검찰에 고발당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마 전날 선관위가 두 차례 사과 입장문을 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는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장에선 선관위 62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부실관리 참사’가 빚어졌다. ‘소쿠리 투표함’, 기표된 용지 배포, 창고·주차장 투표소, 장시간 대기 중 졸도 등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벌어졌다. 그런데도 선관위원장은 아예 출근도 안 했다. 코로나 임시기표소를 처음 운영하는 터라, 정상적인 기관장이라면 노심초사 잠도 안 올 법한데도 말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직무유기도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원래 비상근이라…”, “토요일이라…” 등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변명해주는 직원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노 위원장은 선관위원장 인사청문회 때부터 자질 논란이 일었다. 그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 320건 중 63건을 여당 추천 몫인 조성대 선관위원 후보자의 답변서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기(Ctrl-c, Ctrl-v)’ 해서 냈다. 선관위 중립성, 선거연령 하향 등 선관위원장으로서의 소신에 대한 문항조차 띄어쓰기에 토씨까지 똑같았다. 당시 그의 해명은 “많은 서면 질의를 짧은 시간에 혼자 다 답변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다. 대선 투표일인데 토요일이라면 출근 않고, 질문이 너무 많으면 남의 것 베껴 쓰면 되는 모양이다.

이 정부 들어 상당수 부처와 기관들이 정상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선관위는 유독 탈이 많다. 대장동 일당과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위원장의 무리한 임기 연장 시도, 2900명 전 직원의 집단 반발을 부른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임기 연장, 작년 4·7 재·보선 때 편향성 논란 등 수두룩하다. 이번 사태는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선관위의 존재 의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그런데도 수장은 사과 한마디 없다. ‘사과하면 지는 것’이라는 이 정부 인사들의 뻔뻔함을 그대로 배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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